쓴 사람 : @IZRAK_Stella
최종 수정일 : 2020. 05. 28
눈을 떠 보니, 당신은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딱딱하고 날렵한 무기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행히도 몸을 허공에 띄워서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었지만, 갑자기 사람에서 무기가 되었으니 당황할 수밖에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던 도중, 당신이 사랑해 머지않는 TPC가 램프를 들고 이 쪽으로 걸어옵니다.
"무기가 말을 하잖아! 너, 나랑 같이 갈래?"
어째서인지 당신의 목소리와 이름을 듣고도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TPC는,
세상을 구한 잊혀진 영웅의 흔적을 쫓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고 당신에게 말하며 자신과 동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TPC의 말로는 이 곳이, 잊혀진 영웅도 기록되어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신의 기억서'가 잠든 곳이라고 합니다.
시나리오 기본 정보
- DEAREST님(@I_AD0RE_YOU)의 자작 TRPG 룰 연결된 이야기 1.5 버전( http://posty.pe/1xomxu ) 기준입니다.
- 담소자 1인 + 전달자 1인의 타이만 시나리오
- 추천 기능 : 무력 혹은 총력, 통찰
- 추천 관계 : 상호 사랑하는 연인 관계.
- 전투 있음, PC의 어비스 확률 있음. 롤플 구간 꽤 있음, 판정 구간 적음.
- 예상 플레이 타임 : 3시간 ~ 5시간 예상.
- 해당 시나리오의 배경이 되는 플로어는 지상 4층 세계(서양판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개변에 따라 다른 플로어도 괜찮습니다.
주의사항
- 이 시나리오는 DEAREST님의 연결된 이야기 룰을 사용하여 만든 비공식 팬메이드 시나리오입니다.
- 연결된 이야기 룰의 저작권은 DEAREST님께 있습니다.
- 이 팬메이드 시나리오 내에서 창작자 이즈라크(IZRAK)가 직접 만들어낸 내용에 관한 저작권은 이즈라크에게 있습니다.
- 약칭은 <나사당>으로 부탁드립니다.
- 룰 미열람 키퍼링과 현물이 오가는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 이 시나리오의 엔딩의 개변을 불허합니다. 배경설정 개변의 경우는 해당 시나리오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개변을 허용하며, 이 부분을 개변해도 괜찮을지 애매해서 알 수 없을 경우 언제든 문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트위터 @IZRAK_Stella, 메일 narrrong9842@gmail.com)
- 시나리오의 2차 배포 및 복사를 금지합니다. 또한 공개적인 곳에서의 플레이 전체 로그 게시 및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금지합니다.
- 이 시나리오는 인간의 무생물로의 변이(Object TF)가 주된 소재로서 민감할 수 있는 묘사가 나옵니다. 이 부분이 취향에 맞지 않거나 힘드실 경우에는 시나리오 열람 및 플레이를 재고해보시거나 담소자의 재량으로 묘사를 순화시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롤플의 비중이 조금 높은 시나리오입니다. 중간중간 TPC와 PC가 많은 대화를 나누도록 해주면 시나리오를 더 즐길 수 있습니다.
- 1:1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작성된 시나리오입니다. 다인 시나리오로의 개변은 많이 힘들 거라 생각됩니다.
- PC의 심경 묘사를 나타낸 내용을 PC의 롤플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출력할 경우 캐조종의 위험이 있는 스크립트들이 있습니다. 적절히 개변하는 것이 GM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고 개변하면서 진행해주세요. 그 정도가 많이 엇나갈 경우 창조 엔딩도 가능할 거라 보여집니다.
- 해당 시나리오는 완벽한 해피엔딩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 결말을 행복하게 생각할지 말지는 TPC와 PC의 몫입니다.
이 아래로는 진상 및 내용이 이어집니다.
해당 시나리오를 담소자(GM)로 플레이할 예정이신 분만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배경설정
사실 PC는 TPC가 쫓아가고 있던 세계를 구했지만 사람들에게 아무런 기록이 전해지지 않는 영웅이였으며, 이 세계가 신의 예정대로 멸망할 위기에서 구하는 대가로 자신의 존재를 신에게 바쳤습니다. 그렇게 PC는 이 세상의 모두에게서 자신의 존재 그 자체가 잊혀지게 되며 인간의 육체도 딱딱한 무기로 변모하게 됩니다. 겪어본 적 없었던 변이의 충격으로 PC는 도중 정신을 잃었고, 설상가상으로 기억 일부를 잃게 되어 자신이 존재를 바쳐 세상을 구해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자신이 왜 무기로 변했는지 모릅니다. 단지 TPC를 사랑하며 살아가던 인간이었던 자신은 정신을 차려 보니 몸이 무기로 변해 있었다, 이 정도만 깨어났을 때 자각했을 뿐이었습니다. TPC를 포함한 세계의 모든 이가 PC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건 신의 의도였지만, 충격으로 인한 PC의 기억상실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PC와 TPC는 '신의 기억서', 그러니까 무기로 변한 PC가 잠들어 있던 동굴 전체가 '신의 기억서'였습니다. 그들은 동굴 전체가 남긴 멸망의 운명을 바꾼 영웅의 기록을 따라가며 서서히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게 됩니다. PC의 존재와 행한 일을 모두 기억해낸 TPC는 PC가 받은 대가가 자신이 들고 있는 이 무기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하염없이 슬퍼하며 괴로워합니다. 그 때 신이 PC와 TPC에게 말합니다. 만약 PC의 선택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한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냐고. 다시 TPC에게서 PC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없었던 일로 할 것인지, 아니면 TPC의 기억을 지우지 않는 대신 PC의 자아가 영원히 이 세계에서 소멸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렇게 살아가는 것보다 차라리 멸망의 미래를 맞이하고 저승에서 다시 만날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이 때, PC가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따라서 그들의 결말이 바뀌게 됩니다. PC는 과연 자신을 위해, 혹은 사랑하는 TPC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요. 그것은 신과 거래를 했던 PC의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담소자 참고사항
- 시나리오 내의 TPC의 대사는 임의로서, TPC의 성격 및 말투에 맞게 개변해주세요.
- PC는 무기화되면서 일부 <직관 판정> 및 <고유 판정>, <특성 판정>을 판정할 수 없습니다. <직관 판정> 항목 중에서는 시각과 청각만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외의 항목을 판정하려고 할 경우 TPC가 대신 시도하며 TPC의 기능치로 판정해주세요. <무력>과 <총력>(마법)의 경우는 혼자서 판정할 수 없으며, PC를 무기로 사용하는 TPC와 함께 판정합니다. 판정 시에는 'PC의 해당 기능치/2 + TPC의 해당 기능치'의 결과값을 무기 PC를 활용한 <무력> 및 <총력>의 기능치로서 판정합니다.
챕터 1. 변이와 만남
깜박깜박.
PC는 몽롱한 기분 속에서 눈을 요란하게 깜박이며 눈을 뜹니다. 이상하게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온통 새까만 어둠 뿐이고, 이 곳에 서 있는 당신 외에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이 곳에 서 있는 당신의 존재를 자각한 그 때, 갑자기 발끝에서부터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발가락을 움직일 수가 없더니 조금 뒤에는 발, 더 나아가 다리 전체를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아무리 움직이려 애를 써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딱딱해진 당신의 두 다리는 마치 쇳덩이 같았고, 마치 다리가 없는 골반에 붙어있는 커다란 금속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 감각은 점점 당신의 몸 위쪽으로 확장되어 올라갑니다.
당신의 배, 가슴, 어깨, 팔, 손. 그리고 목과 마지막으로 남은 당신의 얼굴까지. 괴로운 표정을 짓던 당신의 얼굴은 이제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이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당신의 몸 전체가 단단하게 굳어버렸고, 그것들은 이제 녹아내리며 어떤 모양을 잡아나가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당신의 원래 모습과는 전혀 가깝지 않아 보입니다. 느껴지는 것만으로는 멋대로 몸이 휘저어지며 늘어나고, 쪼그라들고를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비명을 지르려고 해도 목구멍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 끔찍한 악몽 속에서, 당신은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눈을 떠 보면 커다란 동굴 안입니다. 꽤 깊은 동굴의 안쪽인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왜 이런 곳에서 잠들어 있었던 거죠? 기억해내려고 해도,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당신에게 보여지는 시야가 평소보다 꽤나 낮은 것 같습니다.
당신의 몸을 살펴보면, 팔과 다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몸통이라고 부를 만한 것마저 없는 것 같습니다.
(해당 시나리오 본문의 PC가 변한 무기와 전투 묘사는 모두 PC가 마검으로 변했다는 가정 하의 예시묘사이며, PC가 어떤 무기로 변했는지에 따라서 무기의 생김새와 전투씬 묘사는 담소자 재량으로 묘사해주세요. 물론, 배경이 되는 플로어에 어울리는 무기여야 합니다.)
사람의 몸통이 자리해야 할 곳은 날렵하고 커다란 칼날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예리하게 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양 옆에 무언가 튀어나와 있는 듯한 흐릿한 형체가 보여 그 쪽을 돌아보면, 칼날의 받침대가 양 옆으로 길게 뻗어 모양을 내고 있습니다. 당신의 목이 있어야 할 곳에는 묵직하지만 당신이 가지고 있던 목보다는 훨씬 가느다란 검의 손잡이가 아까 봤던 받침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PC는 분명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마치 손잡이를 위로 한 상태로 세워진 검의 맨 꼭대기에 턱을 대고 내려다보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가까운 곳에 사람의 형체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그럼...... 이 검이 당신의 모습이기라도 한 걸까요?
(PC가 혼란스러워하는 롤플을 진행하면, 행동에 따라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워 움직이는 것과 눈앞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표현해주세요. 나중에 TPC와 대화할 수 있게 되지만, 그것은 의지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TPC를 만난 다음에야 방법을 깨닫습니다. 동굴 더 깊숙한 곳으로 가려고 하면 바위로 조각된 문으로 굳게 닫혀 있고, 나가려고 하면 곧바로 다음 내용을 출력해 진행해주세요.)
저벅저벅저벅......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는 동굴의 입구 방향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쪽을 돌아보면 흔들거리는 노란 불빛 하나가 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입니다. 움직이는 걸로 봐서는 사람이 들고 있는 램프 같습니다. 불빛은 점점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가까워지고, 이내 램프를 들고 있는 누군가가 그 형체를 불빛 아래 드러냅니다. 그 빛 아래에 보여진 모습은...... 당신이 한평생을 다해 사랑하던 TPC였습니다.
"이런 곳에 검이 있네? 역시 유적에 가까운 곳이라 이것저것 이상한 게 많구나."
TPC는 당신에게 램프를 비추어 들여다보며, 사람을 보는 것보다는 물건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역시 당신이 무기의 모습으로 변해 있어서인 걸까요. 신기한 듯 세세히 들여다보고 있지만, 당신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듯합니다.
(PC가 TPC를 소리내어 부를 때까지, TPC는 PC를 조사하는 듯한 롤플을 계속해주세요. GM 재량으로 유도해도 좋습니다.)
당신이 TPC를 소리내어 부르자, TPC가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하긴, 무기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으니 이상하려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당신은 지금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걸. TPC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당신을 집어 올립니다. 당신의 몸은 너무도 가볍게, TPC의 손에 들려 올라갑니다.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말을 하잖아?! 아,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약간 머릿속으로 전달되어 오는 듯한 느낌인데. 내 이름은 또 어떻게 아는 거고......"
(PC가 TPC에게 자신이 PC라고 소개하면, 다음 내용을 진행해주세요.)
당신은 TPC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보았지만, TPC는 그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습니다. 이럴 리가 없는데요. 당신은 TPC를 사랑했고, TPC도 당신을 너무도 끔찍이 아끼던 연인 사이가 아니였습니까. 하지만 눈앞의 TPC는 그저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간을 좁힐 뿐이었습니다.
"으음.... 처음 듣는 이름인걸. 그게 네 이름이야? 무기 치고는 제법 거창한 이름을 가지고 있네."
TPC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나 사랑했던 TPC가 자신이 누구인지마저 기억해주지 못한다는 건 꽤나 충격적인 일입니다. TPC는 눈앞에 있는 당신을 그저 의사소통이 가능한 무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있잖아, 이렇게 된 거... 나랑 같이 이 동굴의 안쪽으로 들어가 볼래? 나한테 먼저 말을 건 걸 보면, 이건 운명일지도 몰라!"
TPC는 말하는 무기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했는지, 들고 있는 당신을 보며 그렇게 말합니다. TPC는 어째서인지 당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눈앞의 TPC는 다른 사람이거나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TPC를 지켜봤던 당신의 직감이 말해 줍니다.
(PC가 TPC의 제안을 수락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주세요.)
"좋아! 그러니까, PC라고 했지? 난 TPC야. 앞으로 잘 부탁해! 우리 같이, 잊혀진 영웅의 기록을 찾아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자."
TPC는 밝은 미소로 PC에게 자기소개를 해 보입니다. PC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새삼스러운 자기소개였지만, TPC는 정말로 초면의 상대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처럼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TPC는 당신을 한 손으로 들고서, 다른 한 손의 램프로 앞길을 밝히며 동굴의 깊은 곳으로 자박자박 걸어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동굴의 안쪽을 막고 있는 커다란 바위문이 TPC의 손에 의해 웅장하게 열어젖혀집니다.
챕터 2. 세상을 구하고 잊혀진 영웅
"이 동굴의 안에는 '신의 기억서'라고 불리는 모든 것이 기록된 신이 만든 역사서가 있대. PC, 넌 들어본 적 있어?"
여전히 당신을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대하는 TPC는 해맑게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PC의 대답을 유도해주시고, 대답할 경우 진행하시면 됩니다.)
"그렇구나...... 나도 사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어. 아무도 그 모습을 본 적이 없다지만, 어쩐지 그것을 통해서 꼭 이 세상을 구한 영웅에 대해서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샘솟지 뭐야? 이상한 일이라니까. 내가 평소에 이렇게 탐험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였는데."
TPC는 그렇게 말하며 픽, 하고 웃어 보입니다. 그 웃음은 뒷맛에 씁쓸함이 담겨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이유모를 안타까움을 줍니다.
"PC, 계속 말 걸어서 귀찮은 건 아니지? 미안해, 계속 혼자 떠돌아다녀서 너무 외로웠거든. 말상대가 정말 필요했었어."
TPC의 두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당신에게 이제 눈이라고 부를만한 곳이 딱히 존재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당신과 시야가 맞아들어가 마치 눈을 마주보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이 듭니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눈으로 TPC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지요. TPC는 당신을 손으로 든 채 계속 걸어가면서, 흘끔거리며 주위를 살피고는 다시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혹시 너는 들어본 적 있어? 계속 이 동굴에 있었으면 못 들어봤으려나...... 이 세상을 구한 영웅 이야기 말이야."
TPC는 당신을 보고 말합니다. 당신은 들어본 적 있나요? TPC가 말하는, 이 세상을 구한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이 다음에 그냥 진행하셔도 되지만, 되도록이면 PC의 대답을 유도해주시는 편이 참여형 시나리오를 만들기에 좋다고 생각됩니다.)
TPC는 공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고서 당신에게 설명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멀지 않은 과거에, 이 세계는 신들에 의해서 한 번 멸망할 뻔한 위기를 겪었다고 합니다. TPC는 그 시기를 몸으로 직접 느낀 사람들 중 하나였고, 신들의 분노는 계속 이 세계를 휘감으며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멸망을 막기 위해 자신을 신께 바치겠다고 나선 이가 있었고 그 사람의 희생으로 인해 세계는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 날부터 그 영웅이 누구인지 정말 알아내고 싶었어. 모두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하하, 아직도 잘 모르겠는걸...... 그래서 여행을 시작한 거야. 영웅이 누구인지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서."
TPC는 이야기를 마치고 그렇게 말합니다. 저런 걸 필연이라고 부르는 거겠죠. 선택의 순간은 때로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입니다.
[멈춰라! 이 앞으로 발을 들이려는 필멸자여.]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당신과 TPC의 앞을 무언가 거대한 것이 막아섭니다. TPC의 손에 들린 채 그것을 올려다본 당신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흰색의 조각된 말처럼 생긴 신수였습니다. 신수의 눈은 바다와 같은 에메랄드빛으로 빛이 나고, 당신과 TPC를 압도하는 그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리며 위압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 신수의 입에는 커다란 삼지창이 물려 있습니다.
[신의 기억서는 결코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그대들을 이 자리에서 시험하겠다!]
(체력 10, 무력 6, 총력 7의 신수와 강제 전투에 돌입합니다. PC는 스스로 판정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기 때문에, 상기 기재했던 판정식대로 대입해서 판정해주시면 됩니다. 신수의 선공판정은 <무력>으로, 회피판정은 <총력>으로 해주세요. 무기로 변한 PC의 데미지는 2D3입니다. PC가 변한 무기의 특징에 따라 <무력>이나 <총력> 판정으로 공격선언을 해주세요. 예를 들면 검은 <무력>일 것이고, 스태프는 <총력>일 것입니다. 신수는 PC 일행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막는 것만이 목적이기 때문에 전투에 실패하여 행동불능 상태가 될 경우, 신수가 TPC의 체력을 2D6만큼 회복시켜주고 '더 강해져라. 나의 자비로 이 앞은 지나갈 수 있겠지만, 이 곳이 아니더라도 그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 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승리했을 시에는 '훌륭하다...!' 라는 말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집니다. PC 일행이 해당 전투에 실패한다고 딱히 나쁜 패널티가 주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신수가 그 자리에서 사라지자, PC 일행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들고 있는 TPC의 손이 파들파들 떨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아까의 전투로 인한 긴장이 빠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저런 게 튀어나올 거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생각해보면 그렇긴 하네요. 그렇게 귀중한 역사서를 지키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쪽이 훨씬 이상한걸요.
"헉... 헉...... 고마워, PC. 네가 없었으면 맞서 보지도 못했을 거야. 저런 수호자가 앞으로도 많이 있는 걸까...?"
TPC는 숨을 몰아쉬며 당신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당신을 손에 들고 비틀거리더니, 당신을 쥐고 있는 손으로 동굴의 벽을 짚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벽에 딱 달라붙어 있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완전히 물건 취급입니다. 물건은 맞지만요.
그런데, 벽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무언가 굴곡이 있는 것이 보여집니다. 벽을 파내 무언가를 새긴 것 같습니다. 벽에 새겨져 있는 것은......
지식으로 <통찰 판정>
성공 : 이 세계에서 사용하는, 당신과 TPC가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당신은 지금 너무 벽에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전체 내용을 읽을 수는 없지만, 조금 멀리 떨어지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패 : 아무리 봐도 의미없는 무늬의 나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TPC에게 이게 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왜 그래, PC?"
TPC가 가만히 벽을 바라보는 당신에게 그렇게 물어옵니다. 아니, 사실 지금의 당신의 모습으로는 TPC가 당신이 벽을 바라보고 있는지조차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TPC는 벽을 짚고 있던 당신을 잡고 있는 손을 벽에서 떼어냅니다. 그러자 TPC도 벽에 새겨져 있는 것을 눈치챈 듯 합니다. 당신도 벽에게서 거리가 조금 떨어지자 벽에 새겨져 있는 내용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진실과 내막을 마주하기 위해 이 곳에 당도한 존재여. 지금부터 새겨질 모든 것들이 그대가 찾는 이야기가 될 지어다.
신비로운 글씨체로 벽에 새겨진 그 글씨는, 마치 우리들을 지켜보며 직접 말하는 것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벽에 새겨진 내용에 대해 GM 재량으로 잡담식으로 롤플하게 해도 좋습니다. 이 아래 내용은 PC가 신의 기억서가 이 동굴 전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때를 상정하고 적혀진 내용이니, 롤플 중 혹시 신의 기억서는 이 동굴 전체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PC의 입에서 나오게 된다면 PC의 말을 듣고 TPC가 그제서야 깨달은 것처럼 내용을 개변해주시고 진행해주시면 됩니다.)
"있잖아, PC. 저 이야기가 아무런 이유 없이 멋으로만 쓰인 것 같다는 느낌은 안 들어."
TPC가 당신을 보고 말합니다. 동굴 벽에 쓰여진 글씨를 다시 보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보랏빛의 광택을 머금고 있습니다. 글씨는 일순간 당신을 향해서 반짝이더니, 분명히 새겨져 있던 글씨였건만 어느샌가 천천히 평범한 동굴의 벽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TPC도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습니다. 글씨가 완전히 사라진 동굴 벽은 단순한 돌덩이로 돌아갔습니다.
"사라졌어! 역시 평범하게 쓰인 글씨가 아니였던 거야. 아까 벽에 쓰여진 내용 봤지? 지금부터 새겨질 모든 것들이... 그대가 찾는 이야기...... 그건 대체 무슨 뜻일까? PC, 너는 알겠어?"
TPC는 아까까지 쓰여져 있던 내용을 다시 곰씹으며 당신에게 물어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 글씨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당신이 그 글씨를 마주하고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던 도중, TPC가 무언가 깨달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서 당신을 두 손으로 쥐고 얼굴 가까이로 마주봅니다. 그리고 떠오른 생각을 당신에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나.... 왠지 알 것 같아. 정말 내 예상일 뿐이지만,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신의 기억서'는, 이 동굴 전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아, 그제서야 당신도 무언가 깨달은 것만 같습니다. 지금부터 새겨질 모든 것들, 동굴에 새겨지는 것은 신이 적는 신비로운 글씨. 그리고 그대가 찾는 이야기라는 건.... TPC가 찾아 나선 잊혀진 영웅에 대한 이야기. 당신이 잠들어 있던, TPC가 찾아온 이 장소 전체가 신의 기억이 담긴 서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것을 보았다는 기록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됩니다.
TPC는 당신을 두 손으로 방어하는 듯한 자세로 쥐고는 앞으로 걸어나갑니다. 계속해서 걸어나가고, 또 걸어나가자 당신의 눈앞에는 다시 커다란 돌로 된 문이 나타났고, 그 돌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이 곳은 진실과의 인연과, 강인한 의지에 반응하여 잊혀진 진실을 투영하는 장소. 이 곳이 당신의 인연과 의지 중 어느 쪽에 대답하였는가.
글씨는 당신과 TPC가 그 내용을 전부 확인하자 흐린 자색의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휘날려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그러더니 문에는 감히 인간의 손으로 흉내낼 수 없는 신이 그린 문장이 새겨지고, 거대한 소음과 함께 바위로 된 문이 안쪽으로 열어젖혀집니다.
당신은 이 동굴이 당신과 TPC의 무엇에 반응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TPC의 표정을 읽으려고 해 보면, 이제야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학구열적인 무언가가 엿보입니다. 아무래도 그 잊혀진 영웅과 TPC와의 인연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니, 이 동굴은 그의 의지에 반응하여 진실로의 길을 열어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TPC는 잊혀진 영웅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TPC는 그것이 자신의 의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신의 기억서는 TPC와 PC의 인연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가 그 영웅에 그렇게까지 집착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신의 기억서로 보이는 이 장소가 그 의지에 반응한 것을 보면, 겉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TPC의 진실을 탐구하는 자세는 확고하다는 것이겠죠. 당신의 연인이었던 그가 어째서 이 잊혀진 영웅에게 이끌린 것인지는 당신으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당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할 뿐.
당신을 쥐고 있는 TPC가 동굴의 문 너머로 걸어들어갑니다. 자신이 관철하는 진실을 찾아나서는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신중합니다.
(PC와 TPC가 걷는 동안 잡담하며 롤플할 수 있는 분위기를 TPC가 먼저 말을 거는 방향으로 조성해주세요. 여전히 TPC는 PC의 원래 인간이었던 시절 모습과 그와의 기억 모두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순수한 호기심으로 말하는 무기를 대하는 것으로서 PC에게 흥미어린 질문을 건네오는 것도 PC에게 있어서 괴로울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재미를 곁들이는 잡담 롤플이지만, PC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TPC의 모습을 어필하는 용도로서도 사용되는 구간이니 PC가 연인으로서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을 비밀을 털어놓듯이 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하의 내용에서는 중간중간 롤플을 곁들이는 것을 상정하고 쓰여졌습니다. PC가 TPC에 말에 무언가 반응하도록 유도해주세요.)
이 세계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대로 궤멸시켜, 신세계의 거름으로 사용되어야 할 운명.
어두운 문의 안쪽으로 들어오자, 동굴의 벽을 울리는 웅장한 남성의 목소리가 이 곳에 울려퍼집니다. TPC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아보기 위해 주위를 살핍니다. 당신도 주위를 살피기 위해 시선을 움직이지만, 머리의 구분이 없어진 당신의 지금 모습으로는 그것만으로 몸 전체가 돌아가버리고 맙니다. 그러던 중, 어두운 동굴의 벽면에 빛으로 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사실적이지는 않지만 직관적이고 알아보기 쉬운 모습의 그림은 커다란 노인의 모습을 커다란 벽에 그려냅니다. 노인이 내려다보는 것은 세계. 세계의 모습입니다. 세계를 내려다보며 진중한 표정을 지은 노인은 당신에게 '신'의 모습이라고 인식될 만한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슬프지만, 이 세계의 모든 이가 멸망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 것일지어다. 이것은 다음 세상을 위한 필요한 희생이다.
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커다란 노인의 그림이 입을 움직여, 아까 들었던 웅장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합니다. 그 목소리를 끝으로 신의 그림은 연기가 되어 휘날립니다. 그리고 다시 동굴에 벽에는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불타는 마을, 분화하는 화산. 어두워진 하늘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카로운 보석의 우박. 그것은 신이 내린 멸망의 모습을 그대로 그림으로 재현하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똑같아. PC, 너는 계속 여기 있었던 것 같으니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신탁에서 말했던 멸망의 날이 도래했을 때의 세상은 정말 저런 모습을 하고 있었어. 사람들은 저 뾰족한 우박을 맞으며 죽어갔고, 작은 불씨는 이상할 정도로 건조한 날씨 때문에 크게 퍼져서 살던 마을을 불태웠던 기억이 나. 이틀 정도 저런 날이 계속되었던 것 같아. 왜 이틀밖에 되지 않았냐면... 말했다시피 영웅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야. 저런 날이 일주일 정도만 계속되었어도 그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TPC는 빛나는 그림이 멸망의 날을 보여주는 광경을 눈동자로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멸망을 그린 그림의 보랏빛이 깃들어 그와 같은 색으로 물들어갑니다. 당신은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저 끔찍한 광경을 겪었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이네요. 분명 당신은 인간이었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런 커다란 일을 겪지 않고 지나갔다니... 역시 TPC의 말대로 동굴에 오래 잠들어 있기라도 한 걸까요. 아니면 우연히 그 시기를 지나쳤던 걸까요. 당신의 머리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멸망을 보여주던 그림이 사그라들고, 다시 어두워진 이 곳에 신의 문장이 다시 그려집니다. 그리고 문이 열립니다. TPC는 당신을 꼭 쥐고 그 앞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멸망을 그린 모습이 나왔으니, 그 다음은 그 멸망을 막아내는 영웅의 모습일 것이라고 믿으면서.
■■, 나는 너무 무서워. 우리... 죽은 후에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약한 말 하지 마, □□. 이 세상은 내가 구해낼 거야. 반드시 멸망을 막아내고 돌아와서, 다시 계속 너를 사랑할 거니까.
다음 문의 안쪽으로 들어오자, 심하게 일그러져 그 어투와 목소리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두 명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집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서로를 부르고 있었지만, PC는 그 이름이 무엇인지까지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건 TPC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서 내심 안심이 됩니다. 다시 벽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두 명의 실루엣입니다. 아까 보았던 신을 표현한 그림이 제법 정교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것은 마치 두 사람의 그림자만을 그려낸 듯한 말 그대로의 실루엣. 무장하고 있는 한 명은 울먹이며 말하는 다른 이의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무장한 사람은...... 저 사람이 세상을 구한 영웅이었던 걸까요?
사랑해, □□.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거야. 내가 세상을 구해내면 그 때 다시 만나자.
무장한 사람의 그림이 다른 이의 그림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슬며시 그에게 입을 맞춥니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뛰어서 우박이 떨어지는 세상을 향해 달려나갑니다. 무장한 사람의 연인은 그를 붙잡으려는 듯한 손의 뻗음을 보였지만, 이내 다시 거둡니다.
"저 사람이 이 세계를 구한 영웅인가 보네. 그 영웅도 사람은 사람이였나 봐. 나에게도 저런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분명 그 영웅을 사랑했던 사람도 있었는데, 왜 아무도 그 영웅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연인은 살아있지 않은 건가? 설마 영웅이 희생되고 나서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던가...... 아니겠지?"
자신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TPC의 말은 분명 당신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바로 여기 있는데. 여기 있는 네가 쥐고 있는 무기가 네가 사랑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TPC가 정말 야속할 뿐입니다.
그것과 별개로, TPC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이상하긴 합니다. 그렇게 영웅을 끔찍하게 사랑했던 연인도 존재했었는데 왜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영웅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인간의 삶을 살아왔던 적이 있는 당신마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요. 물론 당신은 멸망의 날에 대한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런 영웅의 존재를 들어본 적도 없다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요.
홀로 남은 영웅의 연인을 그려낸 그림은 보랏빛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신의 문장이 다시 새겨지며 새로운 문이 열립니다. TPC는 여전히 당신을 두 손에 꼭 쥔 채, 그 문의 안쪽으로 걸어나갑니다. 안쪽은 점점 이 세상의 밤보다도 어두워집니다.
챕터 3. 영웅이 세상과 맞바꾼 것은
신이시여! 이 세계를 남겨주십시오! 저는 제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까 있었던 동굴의 방에서 들려왔던 목소리 중, 무장한 사람의 그림이 내던 일그러진 목소리가 우렁차게 내부에 울려퍼집니다. 그리고 다시 벽면에 신비롭게 그려지는 그림. 그 그림에서도 영웅의 얼굴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영웅은 대지에 무릎을 꿇고 신을 향해 기도하며 큰 소리로 신에게 외치고 있습니다. 무장한 갑옷에 신이 내린 우박이 부딪혀 점점 손상되어가는 모습까지 똑똑히 동굴에 그려집니다. 커다란 영웅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옵니다.
제 모든 것을 앗아가도 좋습니다. 제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남겨주십시오! 어떤 대가라도 치루겠습니다!
그 목소리가 끝나자, 벽의 반대쪽에 무언가가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조금 전에 보았던 노인의 모습을 한 신의 그림. 신은 거대한 몸으로 작디작은 영웅을 내려다보며 읽을 수 없는 무표정으로 대면할 뿐입니다. 그림의 그 눈빛은 이내 흥미로움으로 뒤바뀝니다.
정말로 모든 것을 앗아가도, 그대는 그것을 온전한 정신으로 견뎌낼 수 있겠는가?
노인의 그림이 입을 움직이며 땅에 엎드린 영웅에게 읊조립니다. 영웅의 그림은 침묵과 결코 흔들리지 않는 기도의 자세로 긍정의 표시를 대신합니다. 신의 그림이 다시 입을 움직여, 멸망의 운명을 바꾸려는 영웅에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신이 정한 멸망의 운명을 뒤바꾸는 건 커다란 대가가 필요한 일. 나와 거래하고 이 세계의 운명을 바꾼다면, 그 대가로 그대의 모든 것은 이 세계에서 지워지게 될 것이다. 그대가 지키고 싶어했던 사람들과 이 세상 모두가, 그대가 누구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좋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 뿐입니다!
변하지 않는 의지로서 대답한 영웅의 모습에서는 위용이 느껴집니다. 그의 세상과,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고자 하는 집념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신의 그림이 진중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 거대한 칼날을 영웅의 어깨에 가져다 댑니다.
그대는 이 시간부터 신과의 거래에 대한 대가로서, 이 세계에서 그대 스스로의 기억을 제외한 육체와 존재가 말소된다.
그 목소리가 동굴에 울려퍼짐과 동시에, 기도하고 있던 영웅의 손가락 끝부터 연기로 흩뿌려지는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영웅의 그림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본능적으로 그 상황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행동에 역력합니다. 영웅의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목소리가 동굴 안을 쩌렁쩌렁 채웁니다. 그 비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상황을 직접 겪는 것처럼 마음 한쪽이 괴로워집니다.
영웅을 그렸던 그림은 완전히 뭉개져, 한 뭉치의 연기를 그린 그림으로 뒤바뀌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그대 스스로는 영원히 그대의 존재를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형태에서 기억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신을 그린 그림이 그렇게 말하자, 영웅이었던 연기의 그림은 휘몰아치며 어떤 모양을 잡아나갑니다. 연기에서 영웅의 다리가 뻗어나와 하나로 합쳐지며 커다란 칼날로 변하고, 점점 골반부터 딱딱해지며 올라가는 것이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연기 속에서는 점점 영웅의 형태가 튀어나오고 있었지만, 그것은 튀어나오면서 아래에서부터 커다란 마검으로 변해나갑니다. 사람이 검으로 변해나가는 그 과정은 아무리 신비로운 그림이라지만 맨정신으로는 눈 뜨고 볼만한 거리는 아니었습니다. 영웅의 비명소리는 목구멍이 검의 손잡이로 변하면서 사그라들었고, 머리까지 완전히 검의 끄트머리로 변하자 그저 침묵하게 되었습니다. (PC가 마검으로 변했다는 가정 하의 예시묘사이며, PC가 어떤 무기로 변했는지에 따라서 무기의 생김새는 담소자 재량으로 묘사해주세요.)
당신은 알 수 있었습니다. 영웅이 변한 검의 모습으로 그려진 저 그림은 PC, 바로 당신의 모습입니다.
그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그대가 구한 세상에서 영원히 지내거라. 용기있었던 신과의 거래자.... PC여.
노인의 그림이 내는 목소리는 당신의 이름을 끝으로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모든 그림이 다시 연기가 되어 사라집니다.
"......PC?"
TPC가 당신을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것이 느껴집니다. 당신을 쥐고 있는 두 손도 파들파들 떨리고 있습니다. TPC도 눈치챈 모양이였습니다. 저 영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동굴에서부터 동행한 당신이었다는 사실을요. 당신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인데 TPC는 오죽할까요. TPC는 충격을 금치 못하는 감정을 목소리에 머금고서 당신을 향해 말합니다.
"나, 나는...... 전혀 몰랐어. 설마 영웅이 존재가 지워지고 이런 모습으로 남게 되었을 줄은...... 알아봐주지 못해서, 미안해."
TPC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들을 정리해봅니다. 그러니까, 이 세상을 구한 것은 다름 아닌 PC, 당신이고. 당신이 세상을 구한 이유는 다름아닌 TPC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당신은 당신의 존재를 스스로 지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구원받은 당사자는 그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제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TPC에게 상기시켜줄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당신이 무기의 모습으로 TPC를 처음 만났던 그 때처럼.
(PC가 TPC에게 TPC가 자신의 연인이였다고 다시 한 번 밝히도록 유도해주세요.)
"......아, 그랬었지. 너... 생각해보니 나랑 처음 만났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내가... 내가 너의 연인이었다고. 사랑하는 사이였었다고. 그렇다는 건...... 내가 지금까지 여기서 봐왔던 영웅을 기다리던 연인이고, 존재가 사라지며 그 기억도 사라졌던 거고......!"
TPC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당신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그리고 그 두 손을 이마에 맞대며 흐느끼는 소리를 냅니다. 당신은 TPC의 얼굴과 아주 가까이에 있었기에 그 소리를 아주 명확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광경을 목격한 충격으로 TPC의 모든, 당신에 대한 기억이 돌아온 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TPC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당신에게 말합니다.
"미안해...... 기억해내지 못해서 미안해. 이런 모습이 되었다는 것조차 알아내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나는......!!"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쳐 목이 메인 TPC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것을 무기인 당신을 세게 품에 안는 것으로 대신할 뿐입니다. 아무리 끌어안아도 TPC의 연인이였던 당신의 온기는 예전 당신이 그를 끌어안았을 때처럼 그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TPC가 당신을 끌어안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저 딱딱하고 차가운 장비의 감촉 뿐.
(PC와 TPC의 감동의 재회씬을 롤플로서 연출해주시면 탁을 더 즐기실 수 있습니다.)
신의 기억서가 이런 이레귤러도 낳게 되는군. 내가 예상하지 못한 범위의 일이 일어날 줄이야.
당신과 TPC에게 아까까지 들었던 신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데 조금 다릅니다. 아까까지의 목소리가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면, 지금의 목소리는 직접 눈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똑똑하게 귓가에 들립니다. 어두운 동굴에 환한 빛이 퍼집니다. 그 빛을 후광으로 등지고 서 있는 커다란 신이, 당신과 TPC의 눈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림이 아니라, 형체를 갖춘 진짜 신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지. 이걸 고려하지 못한 건 나의 잘못이다.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이의 인연은 정말 질기고 값진 것이었어, PC.
당신은 신의 그 말에 깨닫습니다. 신의 기억서의 문을 열었던 것은 TPC의 강인한 의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TPC의 의지도 어느 정도 작용을 했을지 모르지만, 신의 말에 따르면 그것이 바로 진실의 존재인 당신과 TPC와의 끊어지지 않는 인연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래의 조건이었던 TPC의 기억이 돌아왔으니 그대는 나와 한 번 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신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TPC는 신의 위용에 압도당해 그 말을 듣고 있는 당신을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다시 TPC의 기억을 지우고 없었던 일로 할 것인지, 다른 하나는 TPC의 기억을 지우지 않는 대신 그대는 이 세계를 영영 떠날 것인지.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그 어떤 것도 바꾸지 않고 이 세계를 원래대로 멸망으로 이끄는 것이다.
신은 마지막 선택지까지 말한 다음, 다소 악이 담겨 있는 미소와 함께 말을 이어나갑니다.
마지막 선택지가 왜 있는지 궁금하겠지, PC. 마지막 선택지를 고른다면 그대의 인간의 모습을 돌려주도록 하겠다. 이 세계가 끝나며 그대와 TPC가 저승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TPC는 인간과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뜻이지.
신이 말을 마치고 당신과 TPC를 내려다봅니다. 어떤 선택을 할지 재미있어 보인다는, 순수한 관찰자로서의 눈빛을 하고 있습니다.
말해 봐라, PC. 그대의 선택은 무엇이지?
(PC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선택지에 따라서 알맞는 엔딩 스크립트를 출력해주시면 됩니다.)
- PC가 TPC의 기억을 지우고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할 경우 → ENDING 3
- PC가 TPC의 기억을 지우지 않는 대신 이 세계를 영영 떠나겠다고 할 경우 → ENDING 1
- PC가 어떤 것도 바꾸지 않고 이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겠다고 할 경우 → ENDING 2
ENDING 1. 나는 사랑하는 당신의 무기
"뭐라고...?! 말도 안 돼! 왜 그런 선택을 한 거야?"
TPC가 당신의 선택에 놀라며 떨리는 눈동자와 함께 그렇게 물어옵니다. 그야 당신이 이 세상을 영영 떠난다는 건, 이제야 기억을 되찾았건만 그 연인은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TPC는 당신의 의도를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의도는 그렇잖아요. 당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TPC는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며 살아가줬으면 하는 애정어린 욕심에서 튀어나온 선택이였습니다. 어자피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운명이었다면 TPC를 당신의 기억으로 남겨두고 훌쩍 떠나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신은 당신의 선택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고, TPC는 당신을 끌어안고 오열합니다. 떠나지 말아달라는 의지가 담긴 행동이었지만 이미 두 번째 선택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돌이킬 수는 없어 보입니다. 흐려지는 자아를 붙잡고 당신은 TPC를 향해 마지막 단발마를 외칩니다.
(PC가 TPC에게 마지막 인사 등 하고 싶은 말을 건네게 해주세요.)
당신이 말을 마치자마자 의식이 흐려지며 눈앞의 모든 것이 심연의 저 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아니, 당신 스스로의 의식이 점점 이 세상과 멀어지며 심연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아래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TPC의 울음소리가 멀어집니다.
그렇게 이 세상과의 작별을 고한 당신은, 그저 TPC가 당신을 잊지 않고 당신이 사랑했던 세계를 살아나가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PC 어비스. TPC 경험치+2
TPC는 PC의 유골이자 유품인 무기를 들고서, 길고 슬픈 여행길에 나서게 됩니다. 당신의 바람대로, 당신을 영원히 기억해나가면서요.
ENDING 2. 나는 사랑하는 당신의 연인
세상을 구하겠다고 나섰던 그대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될 줄이야.
신이 당신의 선택에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TPC와 사람으로서 같이 지내고 싶었고, 저승과 다음 생에서도 그러기를 바랬으니까요. 사랑하는 이만 다시 온전하게 만날 수 있다면 이 세계쯤은 사실 멸망해도 상관없었던 겁니다. 당신이 진정 구하고 싶었던 것은 이 세계가 아니라 이 세계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당신에게 신의 손가락이 닿습니다. 당신의 몸은 연기가 되어 피어오르더니 서서히 인간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발끝에서부터 다리, 허리, 팔, 목, 그리고 머리까지...... 당신은 당신이 기억하던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TPC가 그 모습을 마주하고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이 세계는 곧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 인사를 나눠라, 어리석은 사랑을 나눈 필멸자들이여.
신이 당신과 TPC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당신과 TPC는 이 세계의 멸망으로 인해 저승으로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잠시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 지하세계가 아니더라도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PC와 TPC가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게 해주세요.)
어느샌가 떨어지기 시작한 운석으로 이 동굴, 신의 기억서마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가깝게 듭니다. 인간의 몸으로 멸망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두려운 일이었지만, 당신의 곁에는 TPC가 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구했던 영웅의 선택에 의해 이 세계는 운명대로 멸망을 맞이했습니다.
PC, TPC 어비스. 엔딩 보상 없음.
멸망하는 세계를 등지고 마지막 인사를 나눈 둘은, 그렇게 이 세계에서 죽어 게이트의 윤회로 떠나게 됩니다.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으며.
ENDNG 3. 나는 사랑하는 당신의 영웅
"...왜 그런 선택을 한 거야, PC? 그러면 나는 또다시 너를 기억하지 못할 텐데."
당신의 선택에 의아하다는 듯이, 그리고 조금 허탈한 듯이 TPC가 그렇게 말해옵니다. TPC는 당신을 다시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정말로 괴로운 모양이였고, 당신의 선택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쩌면 당신과 신의 거래에 차질이 생긴 것을 되돌리기 위한 수복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TPC더라도 곁에서 같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걸로 행복하다는 결론을 내려 이런 선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것이여도, TPC는 다시 당신을 알지 못하던 그 때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를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당신이 알던' TPC에게 전달해줄 때입니다.
(PC가 TPC에게 이런 선택을 한 이유와 함께, TPC와의 마지막 인사를 하도록 해주세요.)
당신과 TPC와의 마지막 인사를 바라보던 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대로 빛무리를 흩뿌리며 사라집니다. 당신의 선택에 울고 있던 TPC의 온 몸에 그 빛이 묻어납니다. TPC는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더니 다시 들고 있는 당신을 마주보며 묻습니다.
"어라? 방금 무슨 일 있었어? 헉, 설마 영웅의 엄청난 비밀을 목격했는데 그대로 정신을 잃었었나?"
당신의 과거에 대한 모든 것을 다시 잊고 만 TPC는 처음 만났을 때 보여주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당신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마음 한켠이 씁쓸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당신과 TPC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습니다. TPC가 또 입을 엽니다.
"하하, 그래도 그 영웅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였다고 생각해. 자신의 존재를 지우면서까지 이 세계를 구하고 싶어하다니...... 그 영웅이 사랑하던 사람도 분명 그에 어울리는 멋진 사람이었을 거야. 그렇네, 존재가 지워져서 아무도 몰랐던 거구나!"
TPC는 알아낸 사실들을 종합하며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존재가 지워지더라도 구하고 싶었던 영웅의 연인은...... 바로 TPC라는 사실을요.
PC 경험치+2, TPC 경험치+1. PC는 나중에 다른 시나리오에서 적절한 이유가 있다면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음.
TPC는 PC를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PC와 함께 새로운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도, PC는 TPC와의 소중했던 인연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후기
이즈라크입니다. TRPG 시나리오로는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은데, 아마 지금까지 썼던 시나리오 중 전투를 제외하면 판정 구간이 제일 적은 시나리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정말 롤플 위주의 시나리오이니 GM과 PC 모두 제가 깔아놓은 판에 몰입해주시며 즐겨주시면 정말로 기쁠 것 같습니다! 제가 쓴 시나리오를 여러 가지 까 보신 분들은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그렇습니다. 제 취향은 인간의 종족변이와 신체변이입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시나리오에 관련 소재가 들어간 것 같네요. 물론 안 들어간 것도 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써서 감을 다 잃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부디 스크립트를 단순출력하지 마시고 중간중간 PC와의 롤플을 진행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단순출력하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받는 느낌만 들어 PC가 압박되고 괴로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 말 그대로 정말 인간의 '무기화' 시나리오인데 읽으시는 분의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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